2013년 민우오빠의 35번째 생일축하기념 웹진에 참여했던 글입니다. 민우가 제 성적취향을 밝히게 된 건 자기 뜻은 아니었지만 딱히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고 해도 사실 상관은 없었다. 물론 3학년 2반 학우들이 민우가 게이인 걸 알게 된 건 우연은 아니었다. 누군가의 고의적인 행동 때문이었는데, 민우는 보통 그 나이또래 남자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이면...
예전 글들만 올리다보니 딱히 또 제 얘기를 할 일이 없어서 카테고리를 하나 팠습니다. 넵. 글들을 보니...새삼 2012-2013에 글을 다 몰아서 썼구나란 생각이 들면서 왜 그때만큼 못할까란 생각도 들고..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이 됐다 한들 아예 쓸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어요. 하필 집에만 오면, 그리고 주말만 되면 누워 있고 싶은 직장인 중 하나...
Andy McKee - I'll Over You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거라곤 온통 짙은 푸른색의 바다뿐이었다. 얼마 만에 보는 바다던가. 남자는 바다를 향해 천천히 발을 옮겼다. 모래사장에 발이 빠지는 느낌마저도 어쩐지 새로웠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신발 끝을 적실 정도로 바다와 가까워졌을 때, 남자는 이대로 바다로 뛰어들까 잠시 고민했다. 바다에서 불...
노형우 - Man With A History 사내는 차디찬 바닥에 몸을 뉘인 채 금방이라도 끊길 것 같이 가느다란 숨소리를 내었다. 창호지가 떨어져나간 문은 시린 바람을 막아주지 못했다. 추위에 떨만한 기력도 남지 않아 그저 이대로 죽은 듯이 잠들고 싶었다. 잠이 드는 순간 그것이 곧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것을 사내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차라리 죽음만이...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어. 갑작스런 동완이의 한 마디에 잠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모두 멍하니 동완이를 한 번 쳐다봤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완이는 가만히 빈 잔을 보며 앉아있었고, 나는 동완이에게 저만치 떨어져있던 티슈 각을 내밀었다. 문정혁은 말없이 술을 마셨고, 신혜성은 그런 문정혁의 잔이 빌 때마다 술을 따라주었다. 왜 김동완은 그 말을 하...
바이준 - 당신의 사랑이 늘 행복하기를 민우야. 나는 정말이지 아저씨가 불러주는 내 이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민우야. 암요. 참말로요. 사랑방 손님 나는 금년 여덟 살 난 사내아이입니다. 내 이름은 이민우입니다. 우리 식구는 어머니와 나 둘뿐입니다. 어머니는 스물여섯의 과부입니다.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한 달 전에 저기 높이 하늘나라로 가셨습...
헤어지던 때를 생각해보면, 다신 만나지 말자. 우연이라도 부딪치는 일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고, 시간은 약이라는 말마따나 어느 순간 녀석에게 가지고 있던 잔재 같은 감정들이 잊혀지고 가끔 어떻게 살까,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그냥 딱 그 정도였다. 생각만 해봤지 정말로 찾아본다거나 녀석의 흔적을 쫓아본 적은 없었다...
‘좋아해요.’ 누군가에게 고백을 받는 일이 기분 나쁜 경우는 별로 없다. 당황하긴 해도. 갑작스런 고백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누군가가 나를 좋아한다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상대가 내가 엄청 싫어하는 사람이라거나 소문난 쓰레기만 아니라면. 아니면 이미 짝이 있는 사람이라거나…. 뭐 그렇지만 않으면. 여러...
10cm - 열대야 태양이 사라졌다. 머릿속이 타들어갈 것처럼 뜨거운 열기를 내뿜던 태양이, 야금야금 내 속을 좀먹어가던 태양이, 사라졌다.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찾아온 밤의 열기에 뉴스를 확인한다. 태양이 사라졌음에도 아직 남은 열기가 너무 강한 탓일까. 26℃를 가리키는 온도계와 오늘밤 열대야 현상이 지속될 거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윙윙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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